일곱 살 무렵 매킨토시 LC III로 처음 컴퓨터를 접했다. 중앙대학교에서 문학과 언어학을, 미국 시적 연산 학교(School for Poetic Computation, SFPC)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했다. 안그라픽스를 거쳐 워크룸에서 편집자로 일하며 ‘실용 총서’ 등을 기획한 한편, 민구홍 매뉴팩처링(Min Guhong Manufacturing)을 운영한다. 지은 책으로 이 책 『새로운 질서』(서울: 미디어버스, 2019)가, 옮긴 책으로 『이제껏 배운 그래픽 디자인 규칙은 다 잊어라. 이 책에 실린 것까지.』(서울: 작업실유령, 2017)가 있다. 한 인터뷰에 따르면, 과일 가운데 크기 순으로 수박, 멜론, 복숭아, 무화과, 체리를 좋아한고 고백했다.
이수명
우리는 이제 충분히 아름다워졌소.
층층마다 빛나는램프를 걸어놓은 빌딩들처럼,
우리는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필요가 없소.
장물은 늘 넘칠 만큼 있소.
발뒤꿈치를 모으고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주문을 한번 외우고
나서 우리가 납치한 것을 믿으면 되는 일이라오.
우리의 견인넘버는 자꾸만 길어지겠지만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견딜 수 없는 불편이란 없소.
그뿐이오.
우리는 이제 너무 아름다워져 다른 것을 알아볼 수 없소.
한치 앞도 여기에 덧붙일 수 없소.
층층이 올라가는빌딩들처럼 우리는 우리 발에 걸려도 넘어지지 않소.
오규원
토마토가 있다 세 개 붉고 둥글다 아니 달콤하다 그 옆에 나이프 아니 달빛 토마토와 나이프가 있는 접시는 편편하다 접시는 평평하다